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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관련 지식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 허가 취소부터 임상 재개 까지

by 주인장똑순이 2022. 12. 20.

말 많고 탈 많은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쏟아지는 기사는 많은데 도통 무엇이 문제였었는지 어렵게 다룬 기사밖에 없어서 아쉬웠는데요, 일반인의 눈높이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쉽고 재미있게 다루어보고자 합니다.

 

혜성처럼 등장한 인보사, 식약처 돌연 허가취소?

인보사는 세계 첫 유전자 치료제로 화려하게 소개되며, 17년 7월 식약처에서 제조·판매 품목허가를 받았습니다. 그 후 삼천명에 달하는 관절염 환자들이 비싼돈 주고(대략 700만원) 인보사 주사로 치료를 받았습니다. 심지어 주사를 맞기 위해 한국으로 온 외국인도 많았어요.

그러나 미국 FDA 임상3상을 준비하던 중 치료제의 주성분이 허가 받은 연골 세포가 아닌 암을 유발할 수 있는 신장 세포라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그래서 미국 FDA 임상 3상은 중지되었구요, 이게 논란이 되면서 식약처는 19년 7월 품목허가를 취소했습니다.

 

하필이면 그 많은 세포중에 신장세포 였을까?

그렇다면 왜 허가받은 연골세포 대신 신장세포가 들어가게 되었을까요? 이걸 알기 위해서는 먼저 인보사의 작용 기전을  알아야 하기에 아래에서 살짝 설명드리려고 합니다.

먼저 인보사는 2가지 물질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연골세포(HC) 1액'과, 연골세포 성장 유전자인 'TGF-β1' 을 품고있는 '형질전환연골세포(TC) 2액'이 3:1 비율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약을 무릎에 주사하면 'TGF-β1' 유전자가 연골을 재생시켜 관절염이 호전된다는 논리입니다.

인보사 구성
인보사 작용기전

여기서 문제가 된것은 바로 '형질전환 연골세포(TC) 2액'이었는데요, 이게 제출 자료와는 달리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로 밝혀지면서 논란이 된 것입니다. 

신장세포는 일명 '293번 세포'로 불리우는데요, 일정 시간이 지나면 사멸하는 정상 세포와 달리 무한히 증식할 수 있어서 바이러스 대량 생산 등의 연구용으로 실험실에서 굉장히 자주 쓰이는 세포입니다. 암세포와 굉장히 유사한 성격인 무한 증식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세포는 언제든지 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어요.

 

연골세포대신 신장세포가 들어간 이유는?
- 제조상의 결함

인보사 제조시에도 유전자 'TGF-β1'을 배양하기 위해 증식력이 뛰어난 신장세포를 사용했어요. 그 후 신장세포와 'TGF-β1'을 완벽하게 분리한 후 연골세포에 'TGF-β1' 유전자를 도입했어야 했는데, 신장세포와 'TGF-β1'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제대로 분리가 안되어서 2액 생산과정에서 신장세포가 그대로 들어가게 된 것입니다.

신장세포와 'TGF-β1'이 분리가 제대로 안됨

참 황당하게도 그동안 연구용으로만 줄기차게 쓰이던 '293번 세포'가 사람 몸에 들어가서 치료제 역할을 하게 된 것이지요. 이 세포는 단 한번도 치료용으로 사용된 적도 없고 안전성이 검증된 적도 없어서 인보사를 처방받았던 환자들은 불안에 떨게 되었습니다.

 

의외로 쿨한 미국 FDA의 처분
-임상3상 재개를 허용하다.

인보사의 모든게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갑자기 반전이 일어났습니다.(쥐구멍에도 볕 들 날 있다!)

20년 4월, 미국 FDA는 코오롱티슈진에 공문을 보내 인보사의 임상 보류를 해제하고 환자 투약을 허용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FDA는 성분에 논란이 있었던 만큼 코오롱티슈진 측에 인보사의 생산 공정에 대한 개선안과 시료의 안정성에 대한 데이터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어요.

티슈진은 요청한 자료를 모두 제출하였고, 21년 12월 임상3상을 위해 환자 투약을 재개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미국 FDA는 인보사의 임상시험 대상을 무릎뿐만이 아닌 고관절로 넓힐 기회도 부여했습니다. 임상시험계획서(IND)를 제출하는 단계와 임상 1상은 면제해주고, 바로 임상 2상 시험에 진입하도록 승인해주었어요.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임상을 재개하도록 허용한 미국 FDA는, 약품 허가를 취소해버리는것에 급급했던 한국의 식약처와 크게 대조되었습니다. 그래서 식약처는 안그래도 먹고 있던 욕을 더 많이 먹게 되었죠.

 

물론 임상과 허가는 분명 큰 차이점이 있기에 미국 FDA와 한국의 식약처를 완전한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허가 단계에서 제품의 결함을 찾아내지 못한것은 식약처의 분명한 잘못입니다.(이런거 하라고 있는 기관 아님..?) 식약처의 대처가 아쉬운것은 사실인 듯 합니다.

 

간단 요약
1. 인보사, 유일한 관절염 치료제라 식약처 허가 받자마자 많은 사람들이 이용함
2. 미국에서도 판매하려고 미국 FDA에서 임상 진행중이였음
3. 갑자기 미국 FDA에서, 제출한 자료와 달리 연골세포 대신 신장세포 있다고 임상 중지시킴
4. 당황한 식약처는 이 일을 발단으로 허가를 취소함
5. 미국 FDA는 신장세포인것이 큰 문제 없다고 판단해 임상 재개 허용함
6. 약간 뻘쭘해진 식약처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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